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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기자>의 ‘산에 갑니다’  
도봉산 우이암‘오봉능선 바라보며 가는 봄날 아쉬워…’
서울구정신문(http://seoulgujung.co.kr)   
기사관리자 | 2015.06.06 14:00 |



5월도 막바지에 이른 주말.

도봉산역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낮 기온이 한 여름 날씨를 육박하지만, 봄을 보내는 아쉬움에 너도나도 산을 찾아 나섰다. 올해도 여지없이 봄날은 가지만 모 정당 최고위원의 봄날은 간다와는 격이 다르다.

 

장사익 선생이 즐겨 부르는 트레이드마크 봄날은 간다가 엉뚱한 해프닝에 빠져서 요즘 사익선생, 영 스타일 구겼다. 하지만 어찌합니까? 그래도 참으셔야죠.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얼토당토 않는 일에 봉착하여 곤혹을 치루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수 도 없다. 그저 자신을 비켜 가 주기를 바랄뿐.

 

그나저나 평소 노래방에서 봄날은 간다를 애창했던 주당들, 최근엔 그 당의 해프닝 이후 이 노래가 시골스러워서 못 부른 다나 어쩐다나.

 

오늘은 예전의 산수산악회멤버들과 매달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의 회원들이 함께하는 산행이다. 총 멤버라야 78명 정도.

개개인 바쁜 일들로 몇 사람 빠지고 나머지만 나왔다. 하지만 등산은 인원수와는 상관없으니 전혀 걱정거리가 못된다. 정예멤버가 오히려 산행에 도움이 된다.

 

등산로 입구 포장마차 촌에서 막걸리와 족발 준비한다. 기본 찬거리는 각자 준비했을 테고.

우리 모임의 회장으로 있는 박 모 선배가 초입부터 비실거린다.

낌새를 보아하니 전날 밤 무지 마셨나보다.

 



평소 술을 잘 못하는 양반인데. 그렇다고 괴로운 일도 없을 텐데.

넌지시 물어봤다.

선배, 출발부터 컨디션이 영 아닙니다 그려

어제 동료들과 산행하고 하산주가 너무 과했나봐

그래도 그렇지 약주도 별로 못 드시면서

여기저기서 주는 잔을 사양 않고 마셨더니 녹초가 되어버렸어

 

모 도청 출입기자단 간사(회장)를 맡다보니 술잔이 자신에게로 많이 왔나보다. 간사 두 번만 했다간 간 상해서 간병인 둬야 되겠네.

우이암을 향한 길이 제법 가파르다. 삼삼오오 산을 오르는 무리들의 표정이 참으로 밝고 건강하다.

 

다른 선배 한 분(심씨)과 속도를 조금 내다보면 뒤따라오던 우리 박 선배, 시야에서 사라진다.

성불사 절 아래서 기다렸다가 합류하여 또 올라간다. 삼거리 이정표 푯말까지의 길이 제법 깔딱이다. 영 진도가 안 나간다. 오늘 산행 땀 빼기는 초장부터 날 샜고.

 

지난달엔 청량리에 거주하는 선배가 산을 전혀 못타는 양반을 데려와서 애를 먹이더니

인생살이가 가지가지니 산행도 가지가지다.

그나저나 이런 속도로 가면 배낭속의 음식이 때 늦은 저녁에나 바깥구경 할런지, 사뭇 걱정이 앞선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드디어 우이암 아래 위험한 코스에 다다랐다.

대열에 밀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로프를 잡고 바위를 오른다. 모처럼 이마에 땀이 맺힌다.

호흡도 거칠어진다.

 

능선 저편에 오봉과 함께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저곳까지는 타야하는데부질없는 생각인줄 알면서.

일단 카메라 꺼내서 한 컷. 물도 몇 모금 들이킨다. 애간장이 녹는다.

 



서울 시내 명문 사립대학교 티-셔츠를 입은 교수와 학생들이 떼 지어서 옆을 지나간다.

정상을 앞둔 가파른 좁은 길이라 정체현상이 제법 오래간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우이암에 당도한다. 얼마가 흐른 뒤 회장선배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도착한다. 그러고는 물통에 입 대고 콸콸콸 쏟아 붓는다. 그러게 누가 책임 못질 주()님을 그렇게 마셔 대라고 했나.

 

고생하신 우리 박 선배, 사진 한 장 찍어 달랜다. 목표물에 오르니 인증 샷이 필요한 건가.

그래, 남는 게 사진인데 한 장 박아줘야지. 우이암을 배경으로 멋지게 포즈잡고 꽝.

 

점심은, 정상 약간 아래에 있는 전망대 부근에서 자리를 편다. 바닥이 완전 평면은 아니지만 야전에서 그런대로 버틸만하다. 캔맥주와 막걸리 족발 그리고 오곡밥과 김치 여러 가지 나물반찬 등이 인사를 한다. 우선 시원하게 냉동된 막걸리 한잔 따르고 각자 단숨에 들이킨다. 점심시간을 약간 넘긴 허기진 때라 그야말로 꿀맛 그 자체다.

 

막걸리 맛이 꿀맛이라고 알코올중독증세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는 않겠지. 말이야 바른말이지 사실 우리 막걸리가 맛도 좋지만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 이보다 더 적격인 술이 있을 수가 없지 않는가. 우리 심 선배, 첫잔이 더디지. 한두 잔 들어가면 그때부터 일사천리다. 시동 걸린 후에 멋모르고 말렸다간 여간 섭섭해 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주당파다.

 

하기야 육십 넘긴 세월들이 예전만큼이나 하겠는가. 최근 텔레비전 광고 카피에 늙어서 꼭 필요한 세 가지가 첫 째가 집사람. 둘째는 부인, 셋째도 와이프라고. 이러니 주당들 밖에서 겉돌면서 주님(?)을 사랑할 수밖에. 하지만 육체와 정신건강이 함께 받쳐주면 그까이꺼 마누라가 대순가? 암 대수 고 말고.(지가 꼬랑지 금방 내릴 거면서 큰소리치는 체 식이나)

 

하산 길은 올라온 길 내려가다 삼거리에서 성불사쪽 말고 능원사 방면으로 코스를 잡는다.

박 선배 거침없이 내려간다. 이제 몸이 풀렸나보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자운 만장 선인봉이 실망하지 않게.

하산주는 간단히 하기로 합의를 봤다. 전원합의체는 아니지만 그래도 각자의 의중을 존중해주는 차원에서.

포장마차마다 등산객들로 문전성시다.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가까운 지인들과 흥겹게 주말을 보낸다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선임기자jkh414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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