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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필 칼럼] 꿈꾸는 인생이 아름답다  
서울구정신문(http://seoulgujung.co.kr)   
기사관리자 | 2019.07.05 14:20 |




불가능한 것을 꿈꾸고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아라

 

(Dream the impossible

Do the impossible love

Fight with unwinnable enemy

Resist the irresistible pain

Catch the uncatchable star in the sky)

 

(뮤지컬 <라만차의 사나이> 이룰 수 없는 꿈’)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핵심 메시지가 가장 잘 나타난 뮤지컬의 한 대목이다. 돈키호테는 불의한 현실에 맞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무모한 도전을 하는 인간의 전형을 나타낸다. 비록 망상일지라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좇아 도전하는 돈키호테를 나는 참 좋아한다. 사진은 스페인에 갔을 때 소설의 무대인 라만차 지방에 세워져 있는 돈키호테상을 직접 찍은 것이다. 때마침 한 무리의 구름이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하여 뜬구름 잡을 궁리하는 돈키호테라는 제목을 붙여 사무실과 집의 거실에 걸어놓았다. 이 사진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볼 때마다 ’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린다. 그 덕분에 땅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주우면서도 하늘의 별을 따올 생각을 항상 잊지 않는다.

 

-꿈과 도전의 상징 돈키호테

우리나라에 돈키호테 모르는 사람 별로 없지만, <돈키호테> 소설을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 주로 부정적 의미로 행동만 앞서는 사람을 돈키호테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 덕분에 셰익스피어와 함께 세계 2대 작가로 불리는데, 스페인 사람들은 세르반테스가 셰익스피어보다 한 수 위라고 말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현실 안주의 경향을 보이는 반면 세르반테스는 꿈과 도전의 상징 <돈키호테>를 썼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만큼 꿈과 도전은 높이 평가받는 덕목이다.

 

꿈 전도사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것이다. 흔히들 당신의 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권력이나 지위, 재물을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꿈이라 할 수 없다. 꿈은 가치 지향적이어야 한다. 꿈을 통해 세상이 나아지고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행복해질 때 진정한 꿈이라 할 수 있다. 진정 가치 있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도전하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거창한 것만 꿈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꿈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정도전은 조선 건국의 아버지다. 이성계를 도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우고 모든 법제를 정비하여 왕조의 기초를 다졌다. 내가 우리나라 역사 인물 중에서 그를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가 오랜 유배를 마치고 경상도에서 함경도까지 그 멀고 험한 길을 홀로 걸어서 이성계를 찾아간 행적 때문이다. 우리 역사의 명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는 고루한 고려 왕조에서 번번이 뜻이 꺾이는 쓰라림을 맛본다. 유배 생활 중에 자신의 민본주의 개혁사상을 펴기 위해서는 무력이 필수임을 절감하고 그 험난한 길을 걸어 일면식도 없는 이성계를 찾아가 변방 무인에 불과한 그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었다. 이른바 의식화 작업을 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이상 실현을 위해 이성계를 활용하여 조선을 건국한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을 정도다.

 

주목할 것은 정도전이 이성계를 찾아간 행위가 권력이나 지위를 얻기 위한 차원을 넘어 자신의 꿈을 향한 험난한 여정이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목숨을 걸고 그런 모험을 할 수 있었겠는가. 정도전의 꿈을 향한 도전은 자신뿐 아니라 국가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기에 가치가 있다.

 

-꿈은 꾸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다

지금 나의 꿈은 무엇인가자문해본다. 구청장 시절 관악에서 활발하게 펼쳤던 걸어서 10분 거리의 작은 도서관운동을 전국에 확산시켜서 우리나라를 지식복지 강국으로 만드는 꿈을 여전히 꾸고 있다. 지식복지란 빵을 제공하는 물질적 복지를 뛰어넘어 지식의 혜택을 모든 사람이 고루 누리는 것을 말한다. 관악의 작은 도서관 운동을 50개가 넘는 전국의 자치단체와 해외에서까지 벤치마킹했다. 요즘 전국 어디를 가도 작은 도서관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다. 관악의 도서관과 독서운동은 널리 알려졌다. 원하는 책을 가까운 도서관과 전철역으로 배달해주는 지식도시락 배달사업5백 개가 넘는 독서동아리도 관악의 자랑이다. 동네 골목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주민들로부터 작은 도서관을 가끔 이용할 때마다 구청장님께 감사한 생각이 들어요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오히려 내가 고마운 생각이 든다. 요즘도 강연 요청을 받으면 어디라도 달려가는 것은 도서관·독서운동을 통한 지식복지 강국에 대한 멈출 수 없는 꿈 때문이다.

 

사적으로는 아내와 함께 오랜 기간 세계의 구석구석을 배낭을 지고 걸어서 여행하면서 이 세상에 없는 독특한 여행기를 책으로 엮어볼 꿈이 있다. 또 소설을 쓰는 꿈이 있고, 요리사 자격증을 따서 그동안 얻어만 먹었던 아내에게 색다른 음식을 만들어 주는 꿈을 꾼다. 나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가. 설사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꿈은 꾸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루지 못한 꿈이 더 아름답다는 말도 있다.

 

해발 5,895m 킬리만자로의 정상에 오르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동물은 먹이가 없는 곳에는 결코 가지 않는다.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 나오는 눈 덮인 정상 부근의 얼어 죽은 표범은 말 그대로 소설일 뿐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사람이 목숨을 걸고 눈 덮인 산봉우리에 오르는 것은 먹이가 아닌 꿈을 향한 도전이다. , 돼지, 닭은 꿈이 없기 때문에 먹이를 찾아 땅만 보고 걷는다. 먹이가 없는 산 정상에 오를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맹수들이 앞을 바라보는 것도 앞날을 보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꿈을 꾼다는 것은 짐승과 구별되는 인간의 조건이다.

 

-꿈을 적어놓으면 싹이 튼다

대부분 사람들이 젊은 시절 품었던 꿈을 서서히 상실해간다. 먹고 살기 바쁘고 돈 벌기에 급급하고 승진에 목을 맨다. 그러나 꿈을 잃어버린 인생은 얼마나 스산한가. 통통 뛰는 심장이 없다면 메말라버린 오아시스요 빛바랜 색동저고리와 뭐가 다를까.

 

크고 대단한 것만 꿈이 아니다. 작은 것, 사소한 것,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이지만 스스로 행복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까지 즐겁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훌륭한 꿈이 된다. 꿈이란 말이 부담스러우면 그냥 하고 싶은 일또는 희망 사항이라 해도 좋다. 꿈을 적는 나만의 비밀 노트를 마련하여 생각날 때마다 적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꿈은 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꿈은 자유고 비과세니까 어린아이처럼 아무 꿈이나 꿔보자. 그리고 그것을 낙서하듯이 자유롭게 적어보자. 작은 메모가 씨앗이 되어 싹이 트고 자라난다.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가치 있는 꿈을 꾸고, 꿈을 향한 도전이 있기 때문이다.

[전 관악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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