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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필 칼럼]인생은 놀이공원 반나절 자유이용권  
서울구정신문(http://seoulgujung.co.kr)   
기사관리자 | 2019.10.08 09:03 |



인생은 놀이공원 반나절 자유이용권이다. 짧은 인생,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언제나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언제나 즐겁게 살자. 무슨 일을 하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자.’ 내 마음속 대리석에 새겨놓은 말이다. 인생길 동반자와는 늘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고, 혼자 있을 때는 자기 자신과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 늘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일도 열심히, 노는 것도 열심히, 쉬는 것도 열심히 해야 한다. 휴식을 잘하는 것이 그렇게도 중요한 것인가. 어떻게 하면 바쁜 사회생활에서도 질 좋은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 근정전에 담긴 깊은 뜻

조선왕조의 대표적 궁전인 경복궁에서 가장 중요한 전각이 근정전이다. 조선왕조의 설계자 정도전은 경복궁이라는 이름부터 크고 작은 모든 전각의 이름까지 지어 붙였다. 그런데 정전(正殿)의 이름을 근정전이라고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임금의 즉위식을 비롯하여 왕비 및 세자의 책봉식이 모두 근정전에서 거행될 정도로 근정전은 왕조의 최고 상징적 건물이다. 이름을 지을 때 경복궁과 함께 가장 많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그 이름이 바로 근정전(勤政殿)’이다. 근정, 정사를 보는 데에 부지런히 하라는 뜻이다. 어찌 보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이름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부지런히 해야 하는지는 정도전이 태조에게 지어 바친 근정전 기문(記文)에 잘 나타나 있다.

 

아침엔 정무를 보고, 낮에는 사람을 만나고, 저녁에는 지시할 사항을 다듬고, 밤에는 몸을 편안히(安身) 하여야 하나니 이것이 임금의 부지런함입니다.’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6>에서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라고 썼다. 나 역시 이 대목에서 무릎을 탁 쳤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삼봉 정도전다운 해설에 경탄을 금치 못하면서 한동안 이 대목을 몇 번이고 읽어보았다. 몸을 편안히 하라는 말은 요즘으로 치면 휴식을 잘하라는 말이다. 휴식을 창조의 원천으로 보기에 레크리에이션(recreation)이라는 말도 있다. 레크리에이션은 재창조, 휴양, 기분전환의 뜻이 있다. 그렇다. 휴식을 잘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다. 비유컨대 음악에서 음표와 똑같이 쉼표가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 휴식은 자기 자신에 대한 최고의 선물

휴식은 자기 자신에 대한 최고의 선물이다. 독일 기자인 울리히 슈나벨의 <행복의 중심, 휴식>이라는 책을 보면 휴식은 자기 자신과의 화해이며 때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휴식은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는 내용이 나온다. 100% 동의한다. 달콤한 휴식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고, 일을 잘하기 위하여 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생산적 휴식, 창조적 휴식이다. 요즘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잘 쉬면서 잘 일하는 것이 최상의 복지가 아닐까.

 

시간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공평한 자산이다. 똑같은 시간이지만 어떻게 활용하는 지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 시계 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은 똑같은 시간이지만, 시간이라고 똑같은 시간이 아니다. 우선 자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환경, 어떤 경우라도 나를 위한 시간, 다시 말해서 퀄리티 타임(quality time), 가장 질 좋은 시간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나에게는 화장실에서 문 잠그고 앉아 있는 시간이 퀄리티 타임이다.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외부와의 통신도 단절한 상태에서 각종 신문·잡지와 책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고, 몸을 가볍게 만드는 이 시간이 가장 좋은 시간이다. 복잡한 일에 치여서 머리가 따끈거릴 때는 가끔 현실에서 탈피하여 산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것은 스스로 나를 지키는 일, 거창하게 말하면 자위권 행사이다. 이것은 내 몸 하나 편해지자는 차원이 아니라 휴식을 잘해야 고품질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집에 들어가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세상사를 잊어버린다. ‘라는 가게는 24시간 편의점이 아니다. 정해놓은 영업시간이 따로 있다. 흔히 정치하는 사람들은 집에 사람을 많이 끌어들이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서 지키고 있다. 집에서는 정도전이 말한 안신(安身)’의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혜민 스님은 내가 쉬어야 세상도 쉰다고 말한다. 나를 지켜주는 것은 부모님도 아니고 배우자도, 아들딸도, 친구도 아니다. 자기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 자연 속에 있을 때 뇌세포가 춤춘다

잠을 잘 경영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여 잠자는 시간을 크게 줄여버렸다. 그로 인해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급감했다는 그럴싸한 설도 있다. 밤잠이 줄어드니 낮잠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나로서는 낮에 자는 쪽잠은 하루도 거르지 않는 휴식 수단이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낮잠 시간만은 반드시 확보해놓는다. 특히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음악을 틀어놓고 잠시 눈을 붙이면 참 좋다. 짧지만 깊은 낮잠이 길고 얕은 밤잠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한 줌의 달콤한 낮잠은 나른한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서양에는 점심시간 직후 시에스타라는 공식 낮잠 시간을 정해놓고 모든 일을 중단하는 나라가 많이 있다. 한낮에 무더위를 피해 낮잠으로 원기를 회복한 후 시원할 때 능률적으로 일하자는 취지다. 처칠은 2차대전 때 독일 비행기가 공습을 할 때도 낮잠을 잘 정도로 낮잠 애호가였다고 한다. 그는 낮잠을 잘 잤기 때문에 2차세계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낮잠 애호가이다. 나폴레옹은 말을 타고 갈 때도 낮잠을 즐겼으며,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낮잠을 사랑했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야당 시절 피곤하면 한강변 드라이브를 하면서 낮잠을 즐기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시간을 내어 선자령의 신갈나뭇잎 짝짝 박수 쳐주는 숲과 청태산의 전나무 향내 솔솔 풍기는 숲, 안면도의 미인송 쭉쭉 다리 뽐내는 숲을 찾지만, 쉽게 갈 수 있는 관악산 계곡도 참 좋다. 관악산 치유의 숲의 데크에 누워 한숨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치 좋은 곳에 갈 때면 동영상을 찍어 와서 이따금 틀면서 좋았던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자연 속에 있을 때 사람의 세포는 살아서 움직이고 뇌세포가 춤을 추어 창의력이 높아진다.

 

나무는 스스로 해거리를 하여 열매를 맺지 않는다. 오래 살기 위한 자구책이다. 바이올린도 안 쓸 때는 현을 모두 풀어놓는다. 자동차와 같은 기계도 쉬면서 달려야 수명이 길다. 하물며 인간이야 더 말해 뭐하겠는가. 쉴 때는 몸과 마음을 완전히 풀어놓아야 한다. 휴식도 젊은 시절부터 올바른 습관을 들여놓아야 잘할 수 있다. 인생길 짧게 빨리 가고 싶거든 쉬지 말고 가고, 멀리 길게 가고 싶거든 쉬엄쉬엄 가라. 제주도에 좋은 말이 있다. ‘놀멍 쉴멍’(놀면서 쉬면서) 사는 것이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이 글을 쓰느라 제대로 쉬지 못하여 심신이 피곤하다. , 빨리 끝내고 달콤한 휴식을 취해야겠다.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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